대학원 일기

[성균관대 데이터사이언스융합] 대학원 생활 이모저모

HR & 빅데이터 2023. 10. 20. 22:27

요즘 원서접수 시즌이라 그런지 대학원 생활에 관한 질문을 엄청 받고 있다..
 
회사생활 하고 있는 (학창시절) 친구들.. 회사 안팎 친구들/지인들로부터 받는데 ... 보니까 질문도 순서가 있다.
 
step1. (생각만 하는중) 나 비전공자잖아 너처럼 대학원 가도 돼??
빅데이터가 유망해서 그쪽 생각하고 있는데...  석사가 필요하다 그래서..
step2. (대학원 알아보는 중) 특수대학원이랑 일반대학원이랑 뭔 차이야..? 
step3. (거의 다 알아보고 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히는 중) 장학금같은건 없어?
 
이 글이 정보성 글이 되려면 몇 번은 다듬어야 할 것 같아서, 일단은 아주 두서없이 내가 최근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. 아마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이 어렴풋이 나올 것이다. 모든 것들은 재학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(데이터사이언스융합학과) 에서 내가 경험한 것 기준이기에 아~~주 주관적인 사항임을 밝히고 시작하겠다! 참고로 나는 22년도 2학기에 입학하였다.
 
1. 비전공자인데 따라갈 수 있을까? + 특수대학원과 일반대학원의 차이점
특대와 일반대학원의 차이점은.. 내가 쓰는 것보다 아래의 잘 쓰여진 브런치 글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.
https://brunch.co.kr/@yonghheo/138

 

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의 차이는?

대학원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. 일반대학원과 특수/전문대학원(이하 특수대학원으로 통칭)이 바로 그것이다. '대학원'이라는 이름을 내 걸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나 기능이나

brunch.co.kr

일단 들어와보니 뭐가 더 좋다 안좋다는 없는 것 같은데.. 분위기가 다르다,,
 
MBA를 비롯한 직장인 대학원,, 하면 공부(이론) + 비즈니스적 적용 + 인맥쌓기 + 스펙업 등 목적이 다양하기때문에, 소셜라이징도 적극 지원해준다. 개강총회 비슷하게도 모이고... 토요일날 수업 끝나고 식사 하시죠! 같은것도 교수님들이 리드해서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았다. MBA쪽 청강도 몇 번 해 보았는데 바이브가 조금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.

사실 업계 사람들끼리 만나서 정보 교류하는게 학업 이상으로 중요한 능력이자 일일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원한다면 일반대학원을 가면 안된다. 혹은 이미 데이터사이언스쪽은 전문가 수준이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시키고 싶다던지.. 해도 실질적으로 얻어가는 게 적을 수 있다. 내가 대학원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, 각자 니즈의 문제라 보면 된다. 
 
우리학과에서.. 학우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는 수업에서 친해지는 것 아니면.. 학과 행정실에서 리딩해주는 공식 과내 스터디가 전부이다. 물론 이런 환경에서도 친구도 동료도 잘 만드는 재주를 가진 분들이 계시겠지만.. 나같은 종족은 스터디를 안들었다면 정말 고독한 대학원 생활을 했을 것이다,, 고로 위와 같은 부분을 기대한다면 특대나 MBA를 추천한다. 

음.. 그래도 좋은 점을 꼽자면.. 이부분은 우리학교만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다른 일반대학원 과목들도 전부 신청이 가능하다. 아마 9-6근무 직장인이라면 낮시간 강의는 어짜피 못들으니까 상관없다 싶을 수도 있는데, 진짜 빡세게 제대로 공부해보겠다 하는 분들 중 시간활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분들은 이게 정말 큰 장점일 듯 하다. 실제로 풀타임 석박들이 듣는 낮시간 강의 듣고 너무 좋다고 한 친구들이 몇 있다. 나도 다음 수강신청때 넣어야지 했는데... 예상치 못한 입사를 하고 벌써 학점을 거의 다 이수했네,,
 
자 다시 비전공자 테마로 넘어가서.. 비전공자인데 할 수 있을까? 는 사실 의미가 없다. 비전공자도 비전공자 나름이기 때문이다. "데이터사이언스" "인공지능" 전공이 아닌 사람이라도 수학/통계/경제학, 혹은 컴퓨터공학을 포함한 공학 전공자들은 따라오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. 나는 이들이 세미 전공자정도는 된다고 본다.

 

데이터사이언스 벤 다이어그램(출처: Lucy Park)


 
이 비 전공자라는 것이, 이름 붙이기 나름인 것 같다. 애초에 데이터사이언스라는 것이 학문적으로 표준화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.
 
이와 관련해서는 유튜브를 하나 추천한다. (Strata New York 2011: John Rauser, "What is a Career in Big Data?") 데이터를 다루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를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.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가 등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불과 10여년 전 동영상이다. 
https://www.youtube.com/watch?v=0tuEEnL61HM

 
"데이터사이언스" 전공을 하지 않았어도 마케팅쪽의 그로스해커라던지, 다양한 통계분석을 해 본 심리학도라던지.. 이미 빅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고 있었을 것이고.. "자연어처리" 라는 것도 컴공쪽에서는 예전부터 깊게깊게 공부하시던 교수님들이 있었다. 단지 데이터 저장/처리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에 빅데이터분석을 해왔던 각 영역들이 좀 더 멀끔한 모습으로, 어떤 이름표를 달고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.  
 
고로,, 다시 돌아가서.. 무작정 지원하기보다는 내가 진짜 하고싶은지, 내 성향에 맞는지 고민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. 위에서 말한 세미 전공자이든 아니든.. 머신러닝 관련 책이 요즘 엄청 많은데 기초적인걸 한 권 정도 보거나, 비전공자 대상 국비교육을 적어도 3-4개월정도 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. 호기심이 생겨서 더 하고싶은지, 아니면 나는 이건 아닌 것 같다 인지.. 정도는 답이 나올 것이다. 
 
비전공자임에도 진학하기로 결정했다면 수업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.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면.... 난 문과출신이라 공대 대학원이라는..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여러 루트를 돌아 돌아서 온 편이다. 흥미가 생겼던 2019년부터 개인적으로 공부를 쭉 했었다. 포항공대에서 하는 합숙교육을 2-3달 정도, 프리랜서 데이터분석가 (작은 프로젝트들을 맡거나 강의를 함) 를 2년정도 했다. 비전공자로서 전공을 돌리려면 뭔가 눈에 보이는 흔적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선형대수랑 통계는 학점은행제로 따로 이수해놨다,, 이렇게 써놓으니 뭘 이것저것 많이 했다... 그런데도 헤멨다. 어렵고 쉽고를 떠나 가용시간 대비 소화해야 할 것이 많은 것도 있고,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.. 특히 선형대수 뒤쪽은 들어도 들은 것 같지가 않았다. (교수님 죄송해요;;) 
 
But.. 시간이 갈수록 수업들의 트렌드가 조금씩 비전공자도 들을 수 있도록 (+실용적 방향으로) 맞춰지는 것 같긴 하다. 가령 같은 과목, 같은 교수님인데 작년에는 영어로 서술형으로 봤던 퀴즈들을 객관식 한글 문제를 추가하신다던지 하는 식이다.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구성원 특징이 좀 특이해서... 교수님들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 지 고민이 많을 수 있겠다 싶었다. (이런 와중에도 어려운 수업은 어렵다. 이런 수업들은 주로 '이미' 데이터사이언티스트인데 학문적인 부분을 조금 다듬으려고 대학원 온 학우들에게 인기가 많다.) 
 
그러니까 이런 환경이다. 한 수업을 10명이라 생각해보면 전문가 수준 2-3명, 중급 수준 6-7명, 꼬꼬마수준 1명이 있다. 기초가 없는 학생들이 많지는 않으나 있긴 있다. 근데 문제는 기초가 있든 없든, 이들 모두가 각자 커리어에서 어떤 목표와 철학을 가지고, 한 학기에 7-800만원씩 내고, 주말을 반납하고, 열심히 공부해보겠다고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. 그러니까 무작정 너가 못해서 못따라오는거야 하고 무작정 어렵게 수업을 할 수도, 모두모두 이해 잘 하도록 기초부터 합시다~ 하고 쉽게 할수도 없는 것이다. 
 
음.. 결론은 비전공자라고 해서 못 오는 것은 아니지만, 좋은 수학 환경을 최대로 누리고 싶다면 최소한 선형대수 기초정도는 한번 보고, 파이썬이나 R은 중급정도는 만들고 오면 좋을 것 같다. 어짜피 와서 제대로 못따라가면 논문 쓰는것도 힘들고 점점 하루하루가 괴로워질 것이다.
 
사실 인공지능 관련 교육기회는 대학원 진학 말고도 많다. 미국 명문대들의 실제 강의까지 녹화해서 볼 수 있는 세상이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가는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, 학문적으로 이쪽을 오래, 깊게 연구하신 분들의 '직관'을 배울 수 있을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. 그러나 3학기를 지나가고 있는 요즘, 내가 실력이 무르익지 않았을 때 좋은 강의들이 지나가버렸다는? 아쉬움이 남는다.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나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정말 오래 공부하신 분들께 물어봐야지만 풀리는 질문들이 나오는데 그 지점이 오기 전에 지식 자체를 쌓느라 너무 바빴고, 지금도 그 과정이 진행중이다..;; 
 

 
이건 마치 손흥민, 박지성에게 축구 과외를 받는데 월드컵 출전 경험, 실제 경기 상황에서의 페이스 조절 방법 이런걸 하나도 못 물어보고 축구화 끈 묶는법.. 축구 경기 규칙.. 외우느라 바빴던 느낌...  
 
2. 장학금 제도?
글이 엄청 길어지는데..!!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문제,,, 돈,,
장학금은 입학 장학금 외에 학과 내 보장되는(?) 공식 장학금은 없다. 
하지만 시간적 제약만 없다면 연구실에 풀타임으로 들어가서 연구비를 받아도 되고,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대학원생정도 수준으로는 생활을 꾸릴 수 있다. TA 신청을 할 수도 있고...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가능했다면 인공지능융합학과를 가지 않았을까... 싶기도.  

우리 학과는 학생 유형이 좀 나뉘어진다.
1. 풀타임 석사(10프로 이하)
2. 고정된 직장 생활과 병행(대다수)
3. 프리랜서 생활과 병행(극소수...)

수학 환경은 3번 유형에 가장 적합한 것 같다. 금전적 지원은 많지 않지만 공부를 하고자 하면 기회가 참 많은,,,

이 글이.. 몇 년 전의 나처럼 진로문제로 고민이 많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!
이제.. 요인분석 레포트 쓰러 가야지........